자연고수들은 “에코투어”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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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신현경
댓글 2건 조회 2,064회 작성일 23-11-05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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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자연의 고수들은 “에코투어”를 한다]

11월 4일 (에코투어 일정 12회차) 산행에서는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제주의 가을을 만났습니다.
제주의 산은 육지산들에 비해
화려하지도 거칠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그 잔잔하고 은은한 색들이
매우 진하게 스며듭니다.
마치 명화작품을 감상하는 기분이랄까요.
자잘한 들풀과 제주돌,
이끼를 품은 수형이 기묘한 나무들과 넝쿨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점묘법으로 그려진 그림같습니다.


가을에 만나는 제주는 그랬습니다.
슬며시 수줍게 웃어주는
대단히 매력적인 웃음을 가진
소박하고 검소한 여인같았습니다.
눈을 뗄 수가 없어서
사진을 얼마나 찍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번 산행에서는 80대 인생 선배님도 계셨습니다.
보통 30세 넘어서 공부시작하는 학생을 일컬어 만학도라고 하는데
70넘은 연세에 시작한 공부를 지금도
꾸준히 하고 계신다니
이것이 진정한 의미의 ‘배움’ ‘공부’ 가 아닌가 싶습니다.
경이롭습니다.

그래서 다시금 확신했습니다.
“숲속의인문학”
의 실재를 “에코투어”에서 경험하고 있다고 말이지요.
내 나이 80대가 되어서도 건강하게 웃으면서
이런 산행을 할 수 있다면
’그 인생 꽤 잘 살았구나’ 하지 않을까요.

올해 남은 마지막 에코투어 13회차 (11월 18일 토요일)
함께 하지못해 아쉽지만,
다른 사람들이 이 귀한 시간을 감사해 할 수 있다면
그 또한 기쁠것 같습니다.

내년을 기약하며
따뜻한 말한마디, 커피, 사탕, 막걸리, 인생이야기 등을
나눠주신 모든 선생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정현종의 시 “방문객’ 의 구절처럼 제게 선생님들이 그랬습니다.

[방문객] - 정현종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기지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 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리 박태석 대장님!
거칠고 험난해서
보이지 않던 길을 보이는 길로 만들어
많은 사람들이 발을 내딛고 걸어갈 수 있도록 해주신
수십번의 손길과 발길에 다시금 고개숙여
감사인사 드립니다.

그리고
이 소중한 시간과 공간을 만들어주신
한라일보사 관계자님께 감사인사와 더불어
놀라운 기획력에 큰 박수와 응원을 보냅니다.
한라일보 구독자였기에 알게된 에코투어 입니다.

제주를 속속들이 걸어본 트레킹 고수님들이 말씀하시더군요
‘에코투어를 해야 제주를 제대로 보게 된다’ 고 말이죠.
진정 그런것 같습니다.

저에게 에코투어는 ”숲속의 인문학” 입니다.
내년 아지랭이 피는 봄에 다시 함께 걷겠습니다.
그때까지 모두 모두 건강히 계셔주세요.

“가을 참 예쁘다”
“제주 참 예쁘다”
“에코투어 참 예쁘다”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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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복희님의 댓글

홍복희 작성일

산이라고 해서 다 크고 높은 것은 아니다.
다 험하고 가파른 것은 아니다.
어떤 산은 크고 높은 산 아래
시시덕거리고 웃으며 나지막히 엎드려 있고,
또 어떤 산은 험하고 가파른 산자락에서
슬그머니 빠져 동네까지 내려와
부러운 듯 사람 사는 꼴을 구경하고 섰다.

그리고 높은 산을 오르는 사람들에게
순하디 순한 길이 되어 주기도 하고
남의 눈을 꺼리는 젊은 쌍에게 짐짓
따뜻한 숨을 자리가 돼 주기도 한다.
그래서 낮은 산은 내 이웃이던
간난이네 안방 왕골자리처럼 때에 절고
그 누더기 이불처럼 지린내가 배지만
눈개비나무 찰피나무며 모싯대 개쑥에 덮여
곤줄박이 개개비 휘파람새 노랫소리를
듣는 기쁨은 낮은 산만이 안다.

사람들이 서로 미워서 잡아 죽일 듯
이빨을 갈고 손톱을 세우더라도
칡넝쿨처럼 머루넝쿨처럼 감기고 어우러지는
사람 사는 재미는 낮은 산만이 안다.
사람이 다 크고 잘난 것만이 아니듯
다 외치며 우뚝 서 있는 것이 아니듯
산이라 해서 모두 크고 높은 것은 아니다.

모두 흰 구름을 겨드랑이에 끼고
어깨로 바람 맞받아치며 사는 것은 아니다.  <산에 대하여 / 신경림>

* 현경님 후기 글 읽다 보니 위 글이 떠올라
  길지만 옮겨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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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경님의 댓글의 댓글

신현경 작성일

아~~~홍복희 님 감사해요! 몇 번을 읽어도 정말 좋은시입니다.
신경림 시인의 시는 거칠면서 따뜻하고
당황스러울정도로 솔직 담백하여 오히려 정겹습니다.
그렇게
처절한
서민의 삶을 들춰내어 줍니다.
‘칡넝쿨처럼 머루넝쿨처럼 감기고 어우러지는 사람사는 재미는 낮은 산만이 안다’
덕분에 좋은 시 하나 배워갑니다.
오늘 자기전에 필사를 하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