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의 인문학 = 에코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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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신현경
댓글 8건 조회 4,006회 작성일 23-10-20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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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10월 20일 금요일

에코투어 eco-tour 라는 표현은 ‘친환경 관광’ 이지만,
투어tour(관광) 라기 보다는
오히려 ’묵언수행‘과 같은 걷기이며,
저는 그게 참 좋습니다.

10월 21일 이면 에코투어 4회차 참여하게됩니다.
바스러지는 햇살에 눈부실 억새가 벌써 눈앞에 아른거립니다.

9월 처음으로 에코투어에 참여했을때
생경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먼저,
평균연령대가 60대 전후반이라는 점에서 놀랬고,
12km ~ 14km행군을 하는동안 멀쩡한 화장실이 없어도
자연식으로 용변을 해결하는 지혜에 놀랬으며,
40, 50대 보다 막강한 지구력을 가지신 60, 70대 선배님들 보면서는 할말을 잃었습니다.

본인의 몸을 이끌고 60, 70년을 건강하게 살아오신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인문학 수업을 듣는 충만함을 느꼈습니다.

한 분 한 분 열심히 힘차게 내딛고
거친 숨을 담고 뱉으며 결국에는 목적지에 도달합니다.
어떤날은 완만한 길을
어떤날은 제법 모험적인 계곡을 지나기도합니다.
40, 50, 60, 70 대가 그렇게 함께 걷습니다.
나의 50대, 60대, 70대에도
이렇게 건강하게 움직여야 행복하지 않겠는가
생각하게 합니다.

최진석 교수님이 풀어주신 말씀을 빌리자면,
‘인간의 무늬를 배워가는 것‘이 인문학이라고 했습니다.
뒤에 오는 사람들을 위해 돌부리나 뾰족한 나뭇가지를 치워주는 사람,
남들보다 앞서서 빨리 걸어야겠다는 사람,
걸음걸이가 불편한 사람,
내가 한 때는 이런사람이었노라 말하는 사람,
조용히 묵상하는 사람,
기분이 좋아 노래하는 사람,
자연하나하나에 해박하여 나무 풀 꽃을 보면 사진을 찍는사람,
점심 도시락에 곁들어 먹으라며 음료를 나눠주는 사람,
당보충하라며 쵸콜릿을 건네주는 사람,
정말 다양한 사람들의 무늬를 보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저의 과거 현재 미래 모습일 수도 있겠습니다.
인간은 다이아몬드 처럼 수백면을 가졌으며,
그 다면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빛을 냅니다.
그 여러모습에 저를 투영시켜봅니다.
함께 걸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생님들의 연륜을 잊지않고 새겨두려고합니다.
50, 60, 70, 80 세가 되어도
저역시 느긋하게 웃으면서 꾸준히 건강하게 걸어가겠습니다.

이 선 교수님의 ‘식물에게 배우는 네 글자’ 라는 책에서
’연륜‘ 의 정의를 설명해주셨습니다.
1. 여러 해 동안 쌓은 경험에 의하여 이루어진 숙련의 정도.
2. 나무의 나이테나 오래된 나무의 나이를 뜻하는 말.

고로, ‘연륜’은 단시간에 쉽게 생기는 것이 아니라
오랜시간 ‘꾸준함’ 으로 만들어 집니다.
짧지도 길지도 않은 생을 살고 있지만,
마땅히 해야할 일을 오랜시간 꾸준히 한다는 것 만큼
어려운 것이 있을까요.

이러니, 에코투어는 제게
’숲속의 인문학‘이 분명합니다.

에코투어를 시작한 후로 저는 이전보다 훨씬 많이 걷습니다.
‘발을 내딛는 순간 무조건 길은 생긴다’ 라 생각하니까요.
물리적인 길이든, 생각의 길이든 뭐든 생겨납니다.
더이상 잡념에빠져
상념에 몸을 묶어두는 일을 하지 않습니다.

제게 이런 ‘숲속의 인문학’을 들을 수 있게
’길‘을 마련해주신 [박태석] 대장님과 한라일보사에
이렇게 글로나마 감사함을 표합니다.

남들이 가지않는 길을 가는것이 얼마나 험난하고 거친일입니까.
없던길을 만들기위해 쉬지못하는 손과 발.
12km ~ 14km 길을 수십번 정리하고 정돈하셨다지요.
매회 40명, 1년이면 누적신청자가 500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이런 귀한 시/공간을 준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당연하게 생각하며 오는 날이 한번도 없습니다.
이번에는 어떤 미지의 세상을 보여주실까 매번 설레입니다.

말이 많았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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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ro1217님의 댓글

vero1217 작성일

인간의 무늬를 배워가는 것이 인문학이라니~~
그럼 저도 이제부터 인문한 입문입니다!♡
오늘도 길을 걸으며 숲향기와 나무들의 살랑거림속에 맑게 지저귀는 새소리. 은빛억새물결 감상하며 행복했습니다! 양작가님 팬인데 형경님 팬도 더불어 하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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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경님의 댓글의 댓글

신현경 작성일

‘가을 참 예쁘다’ 노래를 부르시던 모습이 여전히 따뜻하게 기억에 남아있어요. 자연을 걸으면 아름다워지나요? 아니면 아름다운 사람은 자연을 사랑하나요? 항상 유쾌한 울림 나눠주셔서 감사해요 옥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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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ro1217님의 댓글의 댓글

vero1217 작성일

이름오타ㅠㅠ 현경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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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복희님의 댓글

홍복희 작성일

에코투어를 통해 자연과 교감할 수 있고
에코투어를 통해 예기치 않은 만남에서 공감을 나눌 수 있으니
단발적이라 할지라도 소중한 인연이라 여기고 싶습니다.
먼 먼 훗날,
인문학을 노래했던 현경님을 그리게 될 추억 한 조각이 생겼습니다.
그날을 되돌아 보게 해 주심에 감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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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경님의 댓글의 댓글

신현경 작성일

댓글마저 문학적입니다. ‘단발적이라 할지라도 소중한 인연‘ 이라는 말씀을 마음속에 저장해 두었습니다:-)
만날게되는 날 반갑게 인사하겠습니다. 홍복희님은 어떤 미소를 담고계실 분일지 기분좋은 상상을 할 수 있는 설레임을 주셨네요.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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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미님의 댓글

시로미 작성일

자연을 오롯이 느끼고자 하시는 현경님
자연속을 함께 하는 사람들의 모습까지도
사랑하시는 현경님.
함께 하는 그 시간만큼은 모두가 벗이였던 것 같아요,.
좋은 글 잘 읽었어요
다음에 또 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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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경님의 댓글의 댓글

신현경 작성일

경탄을 금치못하는 자연을 바라보며 감동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옆에 있다는게 참 행복합니다.
아직 철이 덜 들어서인지 매번 낯설지만 나무에 단풍이 천천히 스며들듯이 저에게도 친숙함이 베이기 시작했나봅니다.
4회차부터는 제법 여기저기 사람들이랑 대화를 나눠봅니다.
이름표를 달고 있지를 않아서 어떤 분이 ’시로미‘ 님인지 단번에 알아볼 수는 없겠지만
왠지 만나면 알아차려버릴 것 같아요. 11월 트레킹때 또 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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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모어하르방님의 댓글

토마스모어하르방 작성일

“스치면 인연, 스며들면 사랑”이라는 글을 언젠가 읽었었던 기억을 소환해 봅니다.
 불가에서도 인연(因緣)에 대해 내적인 직접적 원인과 외적인 간접적 원인으로 ~~~~
 정년퇴직후 제2의 인생을 후회없이 살기 위해 매일 감사한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60대 초로로서 한라일보 “에코(힐링)투어”는 “해피(힐링)투어”입니다.
 (*마음은 아직도 20~30대 청춘? 사실은 아직 고등학생 학부모이기도 합니다만 ~~~~)
 생면부지의 여러 선생님들과 만나고, 함께 부대끼면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서로 배려하며, 맘을 공유할 수 있는 찰나에 만족하고, 그래서 여전히 행복산행 중입니다.
 현경님의 좋은 글을 읽으며 다시한번 힐링합니다.
 주저리주저리 댓글이 너무 길었네요.
 잘 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