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정령들의 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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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과 제주에서 모임을 갖기로 했는데 저녁시간부터라 낮시간을 활용하기위해
오름투어를 해보고 싶었지만 정보도 없고 지리도 익숙치 않아서 난감했다.
함께할 방법이 없나 여기저기 알아보다 한라일보에서 진행하는 에토투어를 발견하곤 유레카!
부랴부랴 투어 일정 시간에 맞춰 항공편을 알아보고 예약완료.
친구들과 일정은 동창회 정기총회모임이라 준비할 것도 많아 짐도 많은데 대략난감,
배낭을 꾸리다 실례를 무릅쓰고 밤늦게 전화를 해서 이것저것 체크 해가며 2박3일 일정의 짐을 최소화했다.
설렘으로 꼬박 밤을 새우고 제주에 도착하니 비가 내리고 있었다.
아슬아슬 겨우 시간에 맞춰 도착하니 도시락과 물을 지급 받곤 바로 출발하였다.
한라산 영실 부근쯤에서 투어가 시작되었고 숲으로 들어가자 이내 원시림의 숲은 나를 사로잡았다.
임도가 잘 닦여있었으나 숲은 장맛비를 머금어 한껏 위용을 자랑하며
갈기 세운 사자가 포효하듯 숲은 움직이는 짐승처럼 강렬한 정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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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워싸듯 위협하다가도 이내 다정하게 다가오기도 하고 비바람과 함께 한껏 몰아세우기도 했지만 품을 내어주기도 하였다.
이런 숲에 혼자 들어갔다면 어땠을까 생각하니 소름이 오싹 돋았다. 숲의 정령들이 허락하지 않았을 것 같았다.
투어를 기획하고 답사하고 안내해주는 여러분들의 수고가 무엇보다 감사했다.
숲은 무성하고 온갖 식물들의 군락지와 살아있는 생명의 숲임을 어디서나 느낄 수 있었고
사람의 손길이 많이 미치지 않은 숲이 스스로 이루고 있는 생태는 눈부시고 아름다웠다.
우중 산행중에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생명력이 넘치는 숲, 건천이던 계곡은 본연의 모습대로 물이 넘쳐 흘러 약동하고
습지는 물이 차서 호수를 이루었고 오름은 변화무쌍한 날씨에 따라 풍경의 변주를 해주었다.
어느 나무 하나도 같은 초록이 아닌 다양한 초록 대편성 오케스트라는 웅장한 교향악을 연주하고
산수국이며 뭇 야생화들은 솔로 파트를 맡아 교향악단과 멋진 하모니를 자랑하였다.
우리 또한 이방인이 아닌 특별 게스트로써 숲 오케스트라와 함께 감동의 합창곡을 연주했다.
언제 내가 제주에서 그것도 사람의 발길이 많이 닿지 않은 한라산 자락이며 오름들을 경험할 수 있겠는가?
이런 투어를 기획한 한라일보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비오는 날 초대하심을 미안해 했지만 나는 이런 날을 만난 행운에 감사했다.
돌아와 돌이켜보아도 한라일보가 기획하고 내가 신청한 게 아니라
제주 숲의 정령들이 한라산 중심부를 보여주기 위해 초대해준 것만 같다.
숲의 초대를 에코투어가 대신해준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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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투어님의 댓글
에코투어 작성일와 멋진 후기입니다. 다음 기회에 에코투어에서 다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