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을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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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영란
댓글 2건 조회 1,376회 작성일 16-05-31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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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록을 바라보면 내가 살아있다는 것이 즐겁다.

내 나이를 세어서 무엇하리. 나는 오월속에 있다.

                                            -피천득의 오월중에서-

 

5 월은 주부로써 너무 바쁘고 집안에 행사도 많은 날이라, 그저 연한 녹색이 나날이 번져나가는 곳으로 눈길만 보내고 있었다.

그러다 얻은 기회, 얼마 만에 에코투어를 참가하는지 모르겠다.

5월을 보내기 전에 이런 기회를 얻게 되어 행복하고,

그 숲길에서 5월의 신록을 마음껏 바라볼 수 있어 고맙고 또 고맙다.

 

기다림 조금, 설레임 조금, 기대 조금, 상상 조금 ... ...

아침에 빈 배낭을 들고 가면서도 안에 담을 수 있는 이런 느낌이 있어서 너무 행복하다.

8시에 정부종합청사를 출발해 처음 도착한 곳은 문석이 오름이다. 안개가 조금 덮인 넉넉하고 편안한 얼굴, 언덕 같은 오름.

트레킹 소장님의 설명으로는 문석이 오름의 지명이 예전 오름 근처에 살았던 사람의 이름에서 유래한듯하다 그러신다. 어떤 사람이었을까 상상하니 참으로 부럽다. 이런 멋진 오름에 턱하니 자신의 이름을 덮어두다니...

편안한 풍경 탓일까. 발걸음조차 가볍다.

천지사방에 출렁대는 초록의 바다를 걷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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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킹 소장님은 아직 아침이슬이 풀숲에서 떠나지 않았으니, 신발이 젖어 미끄러울 수 있다며 정해진 길과 앞 사람과의 간격을 당부하신다.

에코투어에 참가할 때 마다 느끼는 일이지만 소장님이하 관계자 분들 그리고 특히 우리의 안전을 앞과 뒤에서 든든히 지켜주는 분들이 없다면 어찌 우리가 이렇게 즐거이 걸어갈 수 있겠는가 말이다.

그분들의 수고에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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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숲은 바람도 꽃도 모두가 충분한 모습이다.

나무들 사이를 지나며 우리는 나무가 되기도 하고, 누군가 앞서 걸어간 길을 걸어가며 또 다른 누군가는 흥얼흥얼 노래도 부른다. 들판에 피어난 들꽃들과 눈인사도 나누고, 때로는 처음 보는듯한 꽃 이름을 열심히 묻고 외워보기도 한다. 아직 손길이 닿지 않은 고사리를 부지런히 꺾어 보는 참가자도 있다. 숲에 있는 모두가 같은 마음이겠지. 이게 힐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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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 중간 중간 쉬기도 하고 바람을 오감으로 느껴보기도 한다.

오랜만에 산행이라서 그런지 높은 오름을 향하는 길은 좀 지친다.^^

그래도 산에서 들려오는 새소리와 입 밖으로 간간히 새어나오는 힘든 소리조차 새소리와 조화를 이룰 수 있다니 ㅎㅎ그냥 힘들어도 좋다.

높은 오름에서 바라본 세상은 잠시 안개 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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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것도 잠시, 싸하니 밀려오는 안개가 발끝에서 걷히더니 높은 오름을 온전히 들어낸다. 오름 중에 제일 높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오늘은 오름의 형태보다는 그 안에 담긴 많은 들꽃과 바람이 먼저 느껴진다.

잠깐의 휴식을 끝내고 다시 동검은 오름을 향해서 내려가는 길.

앞서 걸어가는 두 분의 모습이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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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투어 내내 느낀일이만, 참 닮은 뒷모습을 가진 사람이 많았다. 앉아있는 모습도, 꽃을 쳐다보는 모습도... ...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에코투어에 참가하여 처음 만나 친구가 되어버린 세분의 어머님이 알고 보니 모두가 동갑내기였다고 한다.

이런 우연 같은 사실이 에코투어의 행운이 아닐는지... ...

그리고 또 하나의 즐거움. 뜻밖의 식물을 만나는 행운도 가졌다.

바로 물까치수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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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킹 소장님 말씀으로는 아주 희구한 식물이며 제주시에서 만나기는 처음이란다.

습지의 평온함속에 다소곳한 표정으로 피어있는 이 녀석은 물까치수영이라고 불리 운다.

동검은 오름을 가기 전 작은 습지에서 이 녀석을 만나는 행운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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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햇살이 뜨거우면서도 맑다. 잠시 걸어 다다른곳이 동검은오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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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몇 번씩이나 동검은 오름을 오른 기억이 있지만 이렇게 동북쪽에서 오르기는 처음이다. 어디서 보느냐에 따라 이렇게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니 오늘 이 길을 걸어보는 행운에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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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을 오르며 잠시 능선을 돌아보는 순간 와... 해진다.

평소 천덕꾸러기라며 등한시했던 개민들레가 오름을 노랗게 덮고 있었다. 오월의 햇살에 반짝이며 쉼 없이 손짓하고 있으니, 어찌 그냥 지나칠 수 있겠는가. 모두가 그 안으로 뛰어들어 행복한 감탄사를 쏟아놓는다.

오름도 그 안의 사람도, 모두가 물아일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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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풍경을 담고 싶은 마음에 가지고 있는 카메라의 셔트를 누르면서

조금 무겁다하여 삼각대를 놓고 온 일에 아쉬움도 있다. 그냥 오늘은 마음껏 눈에 담아가자싶으니 마음이 넉넉해진다.

그늘이 없음에도 꽃밭에서의 점심을 모두가 환영하는 분위기다.

삼삼오오 짝을 지어 낯선 이도 반겨가며 앉은 넉넉한 점심. 각자 가방에서 꺼내놓은 도시락 이외에도 풍성한 나눔은 정말 정겹다. 오름 위로 불어오는 바람과 한들거리는 들꽃 그리고 사람들. 그저 여기에 함께 할 수 있어 참 좋다. 그저 참 좋다는 말밖에 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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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나누고 잠깐 서로 인사를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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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왔는지 무엇을 하는지 반겨주며 반겨가며... ...

인사를 나누는 동안 신록이 짙어지듯 우리도 조금씩 조금씩 서로에게 짙어지고 있다.

동검은 오름을 내려와 곶자왈을 통해 구좌에서 성산쪽으로 이동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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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투어를 오면서 느끼는 일이지만 항상 자연과 함께, 자연을 훼손하지 않으며, 오롯이 자연속에 묻혀가는 일은 힘들지만 참으로 즐겁다. 숲의 짙은 향기를 길게 들이마시는 즐거움과 숲으로 들어오는 환상적인 빛을 맞이하는 나무와 꽃들의 또 다른 얼굴도 보게 된다. 숲속에서 들어보는 새소리의 청아함은 온 몸 구석구석 잠자는 감각을 깨워주는 듯하다. 그렇게 곶자왈을 건너오니 목장길이 펼쳐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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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게 누운 더덕밭을 지나 손지오름으로 들어선다.

부드러운 능선위로 찔레꽃과 함께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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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속으로 들어오는 맑은 바람 때문일까.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다.

역시 에코투어는 힐링의 모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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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지오름에서 내려다보니 저만큼 우리를 기다리는 버스가 있다.

긴장이 풀린탓일까 아니면 오랜만의 트레킹탓일까. 철조망을 빠져나올 때 아차차 다리가 풀렸다. 에코투어에서 자주 뵈었던 분의 도움으로 마치 마법의 숲을 벗어나듯 현실로 돌아온 시간. 맑은 바람이 또 한 번 휙 하고 지나간다. 버스로 돌아오는 차창 밖으로 연두가 제법 짙어지고 있다,

 

머문 듯이 가는 것이 세월이라고 어느 순간 6월은 올 것이고 6월은 또 원숙한 여인처럼 녹음이 우거지겠지.

밝고 맑은 5월이 저기 어디쯤 걸어가고 있지만 에코투어 속에서 배웅 할 수 있어 고맙고 행복하다.

힘써주신 한라일보 관계자 분 들 그리고 안전요원 선생님들.. 그리고 또 5월의 신록 속에서 함께 걸었던 모든 분들.. 고맙습니다.

함께여서 마음껏 행복했습니다.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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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협님의 댓글

이종협 작성일

5월의 끝자락을 보내고 아쉬운듯  힐링의 기억들을 되새겨 봅니다.. 
자연 속으 로...  개민들레 속의 소풍...  오름과 곶자왈....  좋은 사람들...
이런 기운들이 습관처럼 생활이 되었으면 하고 바래봅니다...
좋은 글, 사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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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병국님의 댓글

우병국 작성일

글 사진 잘 읽고 즐감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