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바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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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바라기를 만든 한라일보 '에코투어'
지난 여름 한 번의 참여만으로도 열렬한 팬이 되었다.
그때 참가한 투어중에 계절마다 참여해보겠다는 약속을 마음으로 하였고
가을 초입부터 셀레이는 마음으로 가을이 깊어지기만을 기다렸다.
제주 단풍을 보고자 부러 다른 곳 단풍은 외면하고 그리움 진폭을 키워갔고
마침내 제주행 비행기를 예약할 즈음엔 터질듯 부푼 그리움 풍선을 안고 있는 느낌이었다.
시월 마지막 날, 첫 비행기를 탔는데 행운의 여신이 비행중에 해돋이를 선물한다.
하늘에서 바라보는 바다위 구름 속 해돋이는 빛과 함께하는 신비였다.
마노빛으로 천천히 하늘이 물들고 차츰 색이 진해지자 황옥빛깔 구름 속에서 빛구슬 같은 태양이 조금씩 조금씩 모습을 드러낸다.
둥그런 황금색 빛구슬이 완전히 솟아오르자 하늘과 바다는 물론 기내까지 찬란한 빛으로 가득차고 내 몸과 마음도 맑은 빛이 투영된다.
그렇게 해돋이를 품고 시작한 '에코투어'는 내내 빛과 조우였다.
이제는 절터만 쓸쓸히 남은 '무오법정사'에 잠시 드른 뒤 제주에서만 가능한 건천 트레킹을 시작한다.
한라산 중산간 깊은 골짜기, 하얗고 동그란 바위들과 상록수들이 어우러져 더욱 선명하고 곱게 느껴지는 붉고 노란 단풍들, 그리고 좋은 사람들.
이제껏 숲에서만 계곡을 바라봤는데 계곡을 거닐며 바라보는 숲은 장대하고 넉넉한 품을 지녔다.
'고지천'은 하얀 바위계곡이고 단풍이 아름다워 마치 '오대산 소금강'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하다.
서로 이끌어주면서 계곡내 기암괴석들과 바위에 뚫린 구멍이며 물이 흐른다면 소를 이룰 깊은 웅덩이들을 오르내리는 즐거움이 색다르다.
고운 단풍에 감탄도 하고 사진을 찍어주기도 하며 가을 소풍을 마음껏 누리며 건천 트레킹을 마치고
이어지는 울창한 숲길을 걷는 동안 겨울을 준비하느라 야위어 가는 나뭇잎 사이로 내리는 빛은 얼마나 곱던지......,
숲과 건천을 지나는 동안 웅덩이에 고인 물에 비친 맑은 하늘과 물위를 떠도는 색색의 단풍잎,
수북이 쌓인 낙엽의 폭신함이 마치 함께한 사람들 마음 같다.
몇개의 철탑과 건천을 더 지나 엉또 폭포로 이어지고 강정앞 바다로 흘러간다는 궁산천,
너른 너럭 바위에서 맛난 점심을 먹고 서로 인사를 나눈다.
용인에서 나처럼 이른 아침 비행기로 온 비행동지도 있고 부산에서 배를 타고 오셔서 참석했다는 분도 있다.
마지막 투어임을 모르고들 참석한 듯한데 15번 개근을 하신 분도 있으시고 10번, 다섯번등 베테랑 '에코투어' 멤버들이 많았다.
혼자이거나 부부가 함께 하거나 친구나 자녀와 함께 오신 모든 분들 얼굴이 가을 햇살 처럼 맑다.
이 번이 '에코투어' 마지막이란 서운함과 함께 추억과 소감들을 말씀하시는데
한결같이 나처럼 내년에도 이런 행복한 걷기가 계속 되기를 바라는 마음들이었다.
점심 후 시오름에 올라 한라산을 마주하고 편백나무 숲길을 지나며
우거진 숲이나 나뭇잎 사이로 비껴내리는 햇살에 인상파 화가가 된 듯 종일토록 빛의 인상을 쫒았다.
여행을 모험으로나 극한의 체험으로 즐기고 싶은 사람도 있을 것이고
다람쥐 쳇바퀴같은 일상으로부터 벗어남이기도 하겠지만
내게 여행이란 톱니바퀴같은 생활에서 잠시 내리는 쉼이며 그로 인해 일상이 더욱 소중해지는 체험이다.
어딘가를 느릿느릿 걷거나 새로운 곳을 찾아드는 즐거움은 내가 나에게 주는 상이다.
이런 소소함을 즐기는 것도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위험도 있고, 함께 할 마음 맞는 길동무며 때론 안내자도 필요하다.
이런 필요를 한꺼번에 채워주고 새로운 체험과 비경을 보여주었던 '에코투어'는 내 인생길에 만난 최고 여행이었고
제주를 "좋아함"에서 "사랑함"으로 바꾸어 "제주바라기"가 되게 하였다.
혹여 '한라일보'에서 '에코투어'를 다시 기획한다면 추억의 한페지가 아니라 추억의 책을 만들어야겠다.
내 영혼의 풍경 스테인드그라스에 아름다운 제주의 여름, 가을의 창이 빛으로 가득하다.
겨울과 봄의 창문에도 제주 풍경을 새겨넣은 빛이 투영되기를 기다리련다.
부디 그럴 수 있기를......,
기획하고 애써주신 '한라일보' 관계자분들,
무거운 카메라와 촬영장비를 들고도 한가지라도 더 알려주고 대화를 나누려 애쓰신 기자님들,
위험으로부터 갑옷처럼 든든히 보호해주신 안전요원 분들,
멋진 코스로 안내와 길잡이를 해주셨던 트레킹연구소 소장님,
함께 길동무로 인연을 맺어던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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