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라비오름'따라 걸어본 가을소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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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영란
댓글 0건 조회 1,892회 작성일 15-10-1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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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하늘이 길을 열어주었다.

 

밤에 내려온 초생달도 가을이 좋은것일까? 해가 밝았음에도 아직 떠나지 않고 우리 곁에 있다.

 

코끝을 스치는 바람이 제법 선선하게 느껴지니 에코투어의 시작이 편안하다.

 

가끔 뵈었던 분들과 눈인사도 나누고 안전요원님들의 구령에 맞춰 맨손 체조도 하고 ...네번째 참석인데 점점 몸에 잘 맞는 옷을 입은 느낌이니 에코투어에 깊이 빠진 건 분명한 일이다.

 

이번 13차 에코투어는 가시리에 위치한 행기머체(행기=놋그릇에 담긴물, 머체= 돌무더기,)를 시작으로 갑마장길부터 열였다.

 

갑마장에 대한 역사는 투어버스 속에서 에코투어를 주관하시는 한라일보 김병준 국장님께 잠시 설명 해 주셨다.

 

 

 

에코투어를 하면서 간간히 듣는 제주의 역사와 제주문화, 그리고 투어를 하는 동안 만나게 되는 들꽃이며 나무에 대한 설명은 에코투어를 하면서 얻는 힐링 다음의 가장 큰 즐거움이다.

 

갑마장은 조선 선조때부터 있던 산마장과 인근 국마장에서 길러진 말 중 갑마(甲馬), 즉 최상급 말들을 조정으로보내기위해 집중적으로 길러냈던 마장이라고 한다. 1794년에서 1899년까지 100년가량 유지되었는데 이 역사 속에는 헌마공신 김 만일의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고 했다.

김만일(1550~1632)은 조선시대 선조 임진왜란 때부터 정묘호란에 이르기까지 조정에 수백마리의 말을 진상해 헌마공신으로 이름을 알린 분이다. 김만일은 국영목장이 아닌 개인목장에서 수천마리의 말을 기른 사람으로, 말에 관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인물이었다고 전해졌으며, 당시 제주도내 국영목장(10소장)의 말이 모두 합쳐 2~3만 마리 정도였는데 김만일 개인이 운영한 사목장의 말이 3000~5000마리에 달했다고 하니 그 규모가 상당했음을 짐작하고도 남는다. 임진왜란당시 전마가 부족한 정부에 전마를 바치고, 그 뒤 광해군과 인조때에도 계속하여 전마를 헌납하여 후에는 종1품 숭정대부를 제수 받았다는 이야기를 전해 주셨다.

제주하면 말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어 관심을 가지고 듣고 있는데, 뜻밖에도 오늘 13차 에코투어 참석자 가운데 김 만일의 직계후손이 우연히 참여했으니 참 기묘한 인연이다.

자신의 뿌리를 찾아 걸어보는 에코투어의 느낌은 가을 소풍길을 걷는 우리와는 다른 느낌이겠지......

 

갑마장길을 시작으로 꽃머체를 잠시보고 가시천을 따라 숲으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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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에 비가 왔음에도 불구하고 얼마전 걸었던 숲길과는 조금 다른 건천들이 많다.

                     그래서 그런지 숲속에는 오래전에 내려앉은 낙엽과 간간히 숲을 비집고 들어오는 가을햇살이 지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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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길을 따라 한참 걸어서 다다른 곳은따라비오름이다.

오늘 에코투어의 꽃이리라! 오름의 여왕이라고도 불리며 가을의 정취를 마음껏 느낄수 있는 곳이라서 아마 선택된 코스인 듯 싶다. 출발 때 불어왔던 가을바람은 어디로 간 것일까? 점점더워지는 날씨와 따라비 오름을 향한 계단이 조금 지치게 한다. 간간히 스쳐지나가는 여행자와 오름을 찾은 등산객을 핑계로 잠시 걸음을 멈추고 보니 억새밭사이로 잔대꽃이 수줍게 웃고 있다. 키 큰 억새들을 비집고서라도 저 잔대꽃은 아마 푸른 가을하늘이 보고싶었으리라. 억새들을 양손으로 밀어내고 잔대꽃을 가을볕으로 불러내고는 다시 오름을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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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기분이 좋다.

10여분 남짓 걷다보니 푸른 하늘이 열린다. 따라비 오름 능선이다.

오름 위에 오르니 마치 가을이 품속에 들어온 듯하다. 한눈에 들어오는 한라산과 부드러운 능선위로 올망졸망 작은 오름들이 매끄러운 등선의 연결로 한 산체를 이루고 있는듯하다. 능선위로 불어오는 바람에게 몸을 맡기고 잠시 휴식을 취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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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어를 시작하면서 느끼는 일이지만 가끔 우리는 길이 아닌 길을 걸을 때가 있다. 물론 호젓한 숲길도 걷고 야생화가 가득한 목장 길도 걷지만, 오름을 찾아 걸을 때면 길 아닌 길을 걷는 재미가 솔솔 하다. 트레킹 소장님이 계시지 않으면 엄두도 못낼 일이지만, 그 길에서 낯선 들꽃이며 자주 보지 못한 숲의 열매와 모험심의 짜릿함도 느낀다. 그리고 간혹 걸으며 우리가 이 길을 지나면 누군가 우리의 흔적을 찾아 또 이 길을 따라오지 않을까그런 상상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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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위에서 잠시 쉬고 있으니 숲 속 그 길이 보인다. 마치 누군가 또 그 길을 걸어오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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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의 휴식을 일으켜 세우고 다시 따라비 속으로 걷는다.

                                                                       가을햇살이 어쩌면 이리도 맑은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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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번의 만남으로 익숙해진 사람들이 마치 오래된 연인 같다.

조금 걸어서 내려온 분화구 속에서 하늘을 보며 감탄을 쏟아본다. 능선위에 부는 바람과 햇살에 반짝이는 억새들 그리고 그 안의 사람들. 사랑한다고 말하는 순간 그 느낌이 사라진다고 했든가, 말로 표현해 버리면 모두 날아가 버릴 것 같은 가을이다. 길을 걷는 동안 오래오래 그 울림이 사라지지 않았다.

사진으로 느낌을 담고 부지런히 앞사람을 쫒아보지만 여전히 바쁜 걸음이다. 목장길을 지나 모지오름으로 향했다. 긴 들판사이로 보이는 따라비 오름의 뒷모습은 또 어찌 저리 아름다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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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자락에서 트레킹소장님이 열심히 들꽃 이름을 불러주신다.

마치 대답이라도 하듯 들꽃들이 불쑥불쑥 발 앞에 놓여있으니, 오늘은 나도 들꽃도 가을소풍임은 분명하다.

잠시 가을바람에 몸을 맡기고 한들한들 걸어본다. 마치 내가 들꽃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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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지 오름과 잣성을 끼고 새끼 오름까지 걸었다.

가을볕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들판을 휘젓고 다니는 늦여름의 더위가 우리를 좀 지치게 했다. 그래서 그런지 일행 중에는 새끼 오름을 두고 이름을 바꿔야한다며 농담 섞인 제안도 내놓았다.

오늘의 투어 일정은 꽃머체~가시천~따라비오름~목장길~모지오름~억새밭~새끼오름~목장길~큰사슴이오름~유채꽃프라자이다. 그러나 오늘은 일행 모두가 조금 지치고 투어시간 역시 생각보다는 많이 소요되어 마지막 걸음은 대록산 아래 정자에서 가을바람을 느끼는걸로 마무리했다.

눈앞에 대록산을 두고 돌아오기는했지만, 나 역시 조금은 지친걸음이라 가을이 떠나기전에 다시 한번 대록산을 다녀올 계획으로 13차 에코투어를 마무리했다.

오늘 하루는 마치 가을소풍을 다녀온 듯하다. 머릿속에는 파아란 가을하늘과 따라비오름의 넉넉한 산그림자가 가득하고 마음은 들꽃처럼 여전히 가을들판을 쏘다니고 있으니 매번 에코투어를 통해 진정한 힐링을 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매번 감사한마음이지만 또한번 더 한라일보 에코투어 관계자분들과 안전요원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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