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을 지나는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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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 서면
작은 몸살들이 햇살에
나무 등껍질로 떨어지고
자유의 숲에서
무거운 일들은 잠시 나뭇가지에 걸어두고
훌훌 가벼움을 만끽하자
별이 옅어졌다 다시 뜨듯
주기따라 이는 마음이 있어
오늘은 꿈꾸는 숲에 머물러
부족함 없이 복에 겨운 초목이고 싶고
내일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큰 돌에도 멈춤없는 내川가 되어야지.
(전상순의 ‘숲에서’)
즐겨 읽는 시(詩)다. 11차 에코투어를 접수하며 이번에는 어떤 설레임이 기다리고 있을까 살짝 긴장이 되었다.
일상으로 돌아오면 멈춤 없는 내(川)가 되어 살고 싶은 기대감과 작은 몸살이나 무거운 일들쯤은, 걷다가 큰 나뭇가지를 만나면 스스럼없이 걸어두고 오리라 생각하며 신청한 11차 에코투어. 9월이면 집안에 벌초며 가을맞이 준비에 여념이 없을 날이지만 주저하지 않고 에코투어를 신청한 까닭은 아마 지난번에 가져왔던 숲의 즐거움 때문이리라.
9월 5일. 날씨가 살짝 흐리긴 하지만 이정도 쯤이야 해본다. 낯익은 얼굴들이 제법 있다.
한번 다녀온 에코투어였지만, 만나는 사람마다 에코투어를 침이 마르도록 칭찬한 덕분일까 가까이 지내던 지인들이 제법 보인다.
(이러다 나중에는 정작 내가 참석을 못하는게 아닌지^^ 홍보하지 말아야지 하는 이기심도 생기니 ㅋㅋ... 하지만 좋은 것일수록 함께 나누어 더 풍성하게 하는 것이 좋겠다싶다. 특히 숲길을 걷는 일은 욕심을 버리는 일인 것이다. )

이번 11차 에코투어는 샤려니 숲길부터였다. 늘 걸었던 익숙한 길이 몇 구간 있어서, 든든하면서도 낯설지 않은 시간들이었다. 샤려니 숲길에서 천미천을 끼고 걸으며 잠시 사진부터 찍는다. 우리는 모두 바위도 되었다가 나무가 되었다가 친구도 되었다. 이끼들이 많아 바위가 특히 미끄러우니 안전에 각별한 신경을 써달라고 부탁하시는 말씀이 떨어지기 무섭게, 미끄덩하고 넘어지신 우리 일행 중 한분 덕분에, 투어가 끝날때까지 발바닥에 온전히 체중을 실어보기는 처음이다. 다행히도 그분은 다치지는 않았지만 혹여 후유증이 없는지 은근 걱정스러웠다.

천미천을 끼고 조금 걷다 보면 습하고 그늘진 숲 한 켠이 온통 양하 밭이다. 순식간에 함성이 나온다. 모두가 몇 개씩 채취하여 한사람에게 모아주니 금새 작은 비닐로 한 가득이다. 욕심내지 않고 그저 맛 볼 정도의 양 만큼이니 숲도 이해해주리라.
(제주에서는 양해라고도 부르며, 생강과에 속하고, 독특한 향과 맛 덕분인지 명절이나 제사음식에 나물로 대용하며, 장아찌로도 많이 활용하여 먹는다고 트레킹소장님이 자세히 설명해주셨다. )

숲은 늘 자유롭다. 근래에 비가 자주 와서 그런지 야생버섯들이 제각각의 모습으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 어릴 때 버섯은 천둥이 치면 포자를 퍼트린다고 들었는데 우리 인간들이 사는 세상에는 분명 소리가 없었는데 이 숲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걸까.
버섯은 생태계에서 유기물질을 분해하는 분해자인 동시에 분해물질을 자연에 되돌려주는 환원자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자연분해자로 숲속의 청소부라는 또 다른 별명도 갖고 있다. 이번 11차 투어에서는 유독 버섯들이 눈에 많이 들어왔다. 때로는 균륜을 이루기도 하며, 땅 위에 혹은 나무 그루터기나 고사목위에 숲의 요정처럼 무리지어 버섯 왕국을 이루고 있는 모습이 참 인상 깊었다.
야생 버섯들은 이름조차 이쁘다. 운지버섯(구름버섯), 먹물버섯, 무리우산버섯, 마귀광대버섯, 덕다리버섯, 털귀신버섯... 눈에 보이는대로 사진을 담아왔지만, 이름을 기억하는것은 몇종류, 나머지는 사진으로 버섯 이름을 찾아야했다. 그러나 버섯의 종류를 정확히 알아보기위해서는 버섯의 겉모양뿐만 아니라 기둥과 그리고 버섯뒷면의 모양까지 정확히 담아와야 구분을 할수 있다는것도 이번에 알게 되었다.
(담아 온 사진으로 버섯이름을 찾아보려했으나 비슷한 모양들이 너무 많아 짧은 식견에 도저히 분류가 어려웠다. ^^)
그리고 11차 에코투어에서 가장 강열했던 ‘달걀버섯’과의 만남!
귀여운 표정과 요염한 자태가 하마터면 독버섯이 아닐까 생각했지만 다행이 식용이라는 트레킹 소장님의 말씀에 이유없이 위로가된다.
우리일행 모두는 채취하지 않고 다음 누군가를 위해 고운 눈길만 주고 하산을 했다. ^^

[달걀버섯: 균모의 지름은 5.5-18cm로 둥근 산모양을 거쳐 차차 편평하게 되는데 가운데가 돌출한다. 표면은 등적색이며 매끄러우나 끈기가 조금 있고 가장자리에는 방사상의 줄무늬 홈선이 있다. 살은 연한 황색이며 주름살은 황색의 끝붙은주름살이다. 자루의 길이는 높이 10-17cm이고 굵기는 0.6-2cm로 표면은 황갈색이며 얼룩 무늬가 있고 상부에 같은 색의 막질의 턱받이가 있다. 대주머니는 백색 막질의 주머니모양이다. 포자의 크기는 7.5-10×6.5-7.5㎛이고 넓은 타원형 또는 구형이며 비아미로이드 반응이다. 발생은 여름에서 가을사이에 활엽수, 전나무수림의 흙에 군생한다. 분포는 한국의 방태산, 속리산, 월출산, 한라산, 가야산, 발왕산, 다도해해상국립공원(금오산), 소백산, 두륜산, 지리산, 무등산 등과 일본, 중국, 소련, 북아메리카, 스리랑카 등에 분포한다.
출처:한국산 버섯DB 1문, 7강, 80과, 197속, 1500종(북한버섯포함) 이상의 한국산 버섯 데이터베이스 ]
숲을 다니다보면 가끔은 욕심나는 일이 왜 없을까.. 좀전처럼 양해를 많이 뜯어 나물반찬을 하고 싶은 생각도 있고, 이렇게 예쁜 달걀버섯은 야생이니 맛보기도 귀하고 자연산이니 오죽 좋을까? 비타민 D며, 골다공증에 좋다는데 슬쩍 배낭에 담고 싶은 욕심도 있으리라. 하지만 정말 숲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그냥 보는 것으로 행복해 한다. 누군가 이 숲길을 걸으며 요녀석을 보고 얼마나 행복해할까 생각하면 정말 설레는 일이다.
숲은 늘 사람에게 겸손을 가르친다. 우람했던 나무줄기도 때로는 버섯이나 벌레들에게 몸을 내어 주기도 하고, 무성했던 나뭇잎들은 조금씩 단풍으로 물들어 때가되면 자신의 몸을 썩힐 준비도 한다. 우리는 그것을 생각해서가 아니라 그냥 보면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고 그것이 자연이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미학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리고 이렇게 숲길을 걸을 때는 우리서로가 배려한다. 걷는길에 나뭇가지라도 걸릴 것 같으면 한쪽 옆으로 밀어내주고, “돌이 제법 미끄럽습니다. 나무 뿌리도 조심하세요“ 행여 뒷사람이 다칠까 작은 목소리로 알려준다. 자세를 낮추고 나뭇가지 밑을 지나는가하면, 허리를 숙여 작은 들꽃을 본다. 숲이야말로 사람이 스스로를 낮춰 ‘자아’를 찾아가는 가장 큰 공간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든다.

이번 11차 에코투어는 샤려니 숲길- 천미천을 끼고 양하 밭과 표고밭을 지나- 삼다수 숲길-그리고 말찻오름을 거쳐 붉은 오름을 걸어왔다. 간간히 내리는 비속에서 오름 정상에서는 한라산 정상과 오름 아래 정경을 못 보는 대신 넓은 안개바다를 보았고, 서로서로 배려하는 나눔 덕분일까 비속에서도 안전한 산행을 할 수 있어서 너무 다행이었다.
익숙한 숲길을 걷다가도 불쑥불쑥 빠져나가 걸어보는 숲길은, 마치 일상을 떠나 저질러보는(?)자유로움의 짜릿함이 있다.
에코투어가 아니면 느낄 수 없는 시간이리라.
마지막 하산 길 붉은 오름 비포장(?)삼나무숲길은 눈 내리는 겨울 12월에, 다시 한 번 꼭, 이 숲에 오고 싶다는 생각이 샘물처럼 솟아오르고,
비가 촉촉히 내리는 숲길을 빠져 나오는 동안 수국 한송이 못내 아쉬운 표정으로 조용히 손 흔들고 있었다.

키 큰 나무숲을 지나는 동안 키가 커지고 마음은 더 깊어졌다.
감사하는 마음과 배려하는 마음으로 또 가을을 맞아야지... ...에코투어가 내게 준 선물이다.
일상에서의 지금은 어제의 기운이 다시 큰 내(川)가 되어 막힘없이 흘러가고 있다.
(항상 좋은 일정과 안전을위해 애써주시는 한라일보 관계자분들과 안전요원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너무 좋다는 말로 밖에 표현할수 없어서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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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투어님의 댓글
에코투어 작성일우와~ 11회 에코투어는 정말 좋은 후기글이 있어서 더욱 보람이 느껴지네요. 에코투어를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