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투어는 진정 힐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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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영란
댓글 0건 조회 1,622회 작성일 15-09-02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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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소 걷기를 즐겨했던 나를 에코힐링 투어에 참석시킨 것은 가까이 지내던 선배 언니다. 전화너머로 참석하면 기대이상의 행복이 있을거라는 확신과 부득이 참석하지 못하는 자신을 대신해서 코스를 꼭 기억해달라는 부탁도 있었다.

822일 아침8. 설레임 반 낯설음 반으로 정부 종합 청사 앞으로 도착했더니 도시락과 물 그리고 휴대용자리를 주신다. 참가비에 비해 너무 과한 선물인것같다.^^ 시간이 되어 40여명을 태운 버스는 한라일보 에코투어 관계자분의 설명과 함께 예정되었던 어승생 제 2수원지 입구로 우리를 내려줬다.

전날 내린 비와 이른 아침의 안개 그리고 간간히 우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한라산 낮은 자락의 습한 기온이, 혼자 참석한 마음에 비집고 들어와 무리 속에서 자꾸만 나를 밀어낸다. 이때까지만 해도 그냥 가까운 숲길이나 걸을걸!’하는 후회감이 밀려왔다. 간단한 주의사항과 준비운동을 마치고 천천히 아스팔트길을 따라 걷는다. 흐린 날씨 탓인지 밤에만 피는 달맞이꽃도 보인다. 10여분쯤 걸었을까? 앞서 걸어가시는 트레킹 연구소장님이이것이 산더덕 꽃입니다하시며 오른쪽 숲을 가르친다. 가시덤불 사이 단아한 자태로 총총히 매달려 있는 보랏빛 종모양의 더덕꽃이 참으로 사람의 마음을 끈다. 잠깐의 시선이었지만 강렬한 만남이다. 총총히 일행을 따라 걸으면서도 귀에는 은은한 종소리가 울리고 자꾸만 눈길이 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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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걷다보니 우리 일행은 한라산 둘레길 입구에 마주했다. 천아숲길을 통해 무수천을 지나 천천히 걸어볼 예정이다. 참석한 사람들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 숲으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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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숲은 언제 걸어도 좋다. 간간히 내리는 비가 은근히 걱정되었지만 아주 잠깐 더위를 식혀주는 청량음료 같은 역할을 해주니 오늘 같은 날씨를 만난 것도 복인가 싶다. 원시림 같은 숲길도 지나고 작은 개울도 건너고 나니 숲을 가로지르는 큰 계곡이 있다. 무수천계곡이라고 한다. 무수천(無愁川)..계곡에 들어서는 순간 근심이 없다하여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계곡이 아닐지라도 내게 걷는 일은 무수천을 걷는 일과 다르지 않다. 그저 걸을때는 걷는것만 생각하려고 애쓴다. 그게 숲을 찾는 이유이다. 어제 내린 비로 계곡이 미끄러우니 그냥 숲길로 가자고하신다. 기회가 되면 언제한번 다시 찾아와 보리라 생각하며 함께 걷는 이들과 잠시 눈을 마주쳐 본다. 아침에 우려했던 부분은 어느 순간 사라지고 나는 때로는 이방인처럼 때로는 제주인처럼 그렇게 그들과 함께 걷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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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은 내가 예전에 알았던 곳보다 훨씬 많은 속살을 드러내고 있었다. 숲에서 만난 버섯들에게 이렇게 설램을 가져보기에는 처음인듯 하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트레킹소장님이 알려주신 동충하초를 보는 순간 와하고 함성이 나온다. 내눈에는 보이지 않는 것이 어찌 소장님 눈에는 보이는가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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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에 온갖 나무들은 여름을 지나 가을맞이준비를 한다. 붉게 익어가는 정금, 상수리나무의 도토리.. 그리고 다래나무도 제법 그 토실토실한 다래녀석들을 안고 우리를 반긴다. 혼자 걸을때는 알지 못했던, 보지 못했던... 길만 보고 걸었던 시간들과는 사뭇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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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쁜 걸음이지만 귀를 쫑긋 세우고 부지런히 따라 걷다 보니 쇠질못에 도착했다. 아마 소를 방목했을 때 소들이 찾는 곳이리라. 비가 온 후라 만수의 풍경이 넉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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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 뿌리 내리고 있는 곰취를 몇 개 따본다. 쌉싸름한 맛과 향이 온몸에 전율을 불러 일으킨다. 봄이 훨씬 지났건만 산나물이 주는 이 즐거움은 여름을 건너 가을 문턱앞에서도 한치의 망설임이 없다.

잠시 가든 길을 멈추고 점심을 나눈다. 서너명씩 짝을 지어 앉기도 하고 저만치 이방인일까 혼자앉아 씩씩하게 점심을 드시는 남자분도 있다. 왠지 쑥스러움과 낯설음이 또 빌려온다. 극복해야겠지... ...식사를 마치고 잠깐 서로를 소개하는 시간도 있었다. 10차 투어중에 10번을 한번도 빼지 않고 참석하신분도 계신다. 제주의 구석구석을 얼마나 많이 아실까싶어지니 존경스럽다. 40여분 남짓 점심시간을 마치고나서 우리는 다시 호젓한 숲길로 들어간다. 족은 노루오름을 거쳐 큰 노루오름을 향했다. 예전에 노루가 많이 살아서 노루오름이라고 이름이 명명되었겠지. 큰 노루오름에서의 경치는 아 - 하고 탄성이 나올만큼 좋았다. 너무 맑은 날이었다면 차라리 볼수 없었을지도 모를 모습! 한라산이 눈앞에 성큼 내려앉고, 한 대오름 너머로 보이는 산방산과 마라도가 한눈에 들어온다. 마치 제주를 한눈에 보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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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노루오름은 산림이 울창하고 임도가 여러 갈래로 조성되어 있어서 길을 잃을 우려가 크므로,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며 트레킹소장님의 각별한 당부를 익히 들은터라, 앞사람과의 간격을 놓치지 않으려고 열심히 걸어본다. 옆을 둘러 볼 여지도 없이 땅만 보며 조릿대를 비집고 숲길을 걷노라니 앞사람의 숨소리와 조릿대의 사락사락 흔들리는 소리만 들릴 뿐이다. ‘이건 투어가 아니고 트레킹이야, 좀 느리게 걸으면 참 좋을텐데......’이런생각을 알아챘을까? 급작스런 새끼노루의 출현으로 우리 일행은 잠시 걸음을 멈추고 한바탕 웃으며 노루오름의 품 속임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큰노루오름은 예전에 표고버섯을 재배한 흔적도 많이 남아있었고 ,그 안에 조상님을 모신 제주만의 산소도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큰 노루오름에서의 어음천 발원지를 보게 된 건 뜻밖의 수확이었다. 일행에 바삐 쫒겨 사진을 담아오지 못한게 너무 아쉬웠지만 제주의 속살을 보게 된 것 같은 즐거움은 놓칠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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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참을 걸어 숲을 빠져나오니 햇빛과 풍성한 고사리밭이 눈앞에서 우리를 반겨준다. 고사리밭은 내년 봄을 기약해야겠다며 일행들의 즐거운 비명에 처음 만났던 쑥스러움은 사라지고 어느덧 하나 되어 함께 걷는 나를 보게 되니 산이 주는 즐거움이 이런게 아닌가 싶었다.

궤물오름 주차장을 빠져나와 돌아오는길에 곰곰이 생각해보니....투어라고 하기에는 다소 빠른 걸음과 조금 평탄하지 않았던 숲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장서서 이끌어주시며 많은걸 알려주신 트레킹소장님과 두 분의 안전요원 덕분에 큰 즐거움이 있지 않았나싶어 저절로 감사하는 마음이 생긴다. 그리고 아침 숲길에서 보았던 더덕꽃이 눈에 밟혀 내일은 혼자서라도 꼭 다시가 보고 싶은 설램에 혼자 빙그레 자꾸 웃어진다. 마치 보물을 숨겨둔 곳을 발견한 느낌이랄까(뒷날 아침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다시 한번 다녀왔지만^^)

 가끔 멀리서 친구들이나 지인들이 제주를 찾아 올 때면, 나름 제주를 많이 안다고 즐겁게 떠들고 얘기했는데... ... 투어를 마치고 돌아온 날은 스스로 주눅이 들어 마음 한켠이 슬그머니 빈방을 찾았다. 그리고 잠시, 주눅 든 마음을 달래며,  숲에서 받아온 여러 가지 기운들을 하나씩 꺼내본다. 제주의 속살을 조금 본 듯한 느낌과 숲에서 마주쳤던 온갖 식물들의 표정 그리고 가을빛에 물들고 있는 숲의 얼굴이 그제서야 천천히 마음에 느껴진다.

여행은 늘 돌아와서 시작이라고 했던가.

걸을 때는 부지런히 걷기만 한 것 같은데 마음 속에 이렇듯 즐거움이 가득한 걸 보면 진정 에코투어는 힐링이 분명한듯하다.

 

  (부끄럽지만 후기를 남기는 까닭은 이 에코투어가  지속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며, 애써주시는 모든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기 때문입니다.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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