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신록에 물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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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영란
댓글 1건 조회 1,383회 작성일 17-05-29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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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끔 출근길에 늘 가던 길을 가지 않고 옆길로 새는 버릇이 있다. 그것은 지루한 일상을 활기차게 만들어 줄 뿐더러 스스로 여행자의 시선으로 삶을 즐기고 싶은 충동도 있어서이다. 여행자의 서선으로 익숙한 장소를 바라보면 여행이 주는 행복감을 일상에서도 느낄 수 있을 뿐 아니라,

주변의 변화된 모습도 발견하게 되고 무엇보다 안일하고 단조로운 시선에서 스스로를 돌아보게도 한다.

요즘은 이런 즐거움을에코투어에서 찾는다. 제주에 산지 25년이다. 제주에는 올레 길과 둘레 길이 많이 있다. 그래서 올레 코스를 완주하려는 사람들도 많고, 도내 곳곳에는 오름 동우회나 오름을 찾는 모임 또한 쉽게 볼 수 있다. 나 역시도 제주를 찾는 지인들과 혹은 가까이 사는 주변 이웃과 오름을 찾고 올레 길을 많이 걸었다.

하지만 작년, 우연히 한라일보에서 주관하는 에코투어를 만나면서 나의 소소하고 단순한 여행은 특별하고 활기찬 여행으로 변화되기 시작했다. 작년에는 바쁜 일상으로 많이 참석하지 못해 아쉬웠는데, 우연히 신문지면을 통해 다시 시작된 에코투어를 만나니 바쁨을 미루고 올해는 열심히 참가해보리라 마음먹었다.늦은 발견으로 대기 접수까지 해가면서 굳이 에코투어를 따라나서는 이유는 작년 에코투어를 통해 느꼈던 그 행복감을 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어제의 흐린 날씨가 밤잠을 설치게 하더니 투어 당일 아침은 날씨가 좋아 다행이다. 2차 에코투어의 시작은 아침 8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버스로 출발했다. 에코투어를 주관하는 한라일보 김병준 국장님의 짧은 인사말과 함께, 2차 투어 중 갑마장 길이 있는 가시리에 대한 부연 설명도 있다. 매번 느끼는 일이지만 몸으로 부딪히면서 느끼는 이야기는 머릿속에 오래 기억으로 남는다. 제주마의 역사나 김만일에 얽힌 이야기는 가시리에 녹아진 자랑스러운 제주역사이다. 에코투어는 이런 소소한 배움이 있는 여행이라 더 재미가 있다.

연이어 이 권성 트레킹 소장님의 투어일정에 대한 말씀이 있다.

성불오름을 시작으로 가문이 오름-진평천- 갑마장길- 대록 오름- 유채꽃 프라자에서 마무리할 여정이라고 말씀하신다. 자연 보호에 대한 당부와 오름에 대한 설명을 하는 동안 우리는 어느듯 출발지에 도착했다. 간단한 스트레칭으로 안전요원의 안전당부가 긴장감을 더해준다.

첫 걸음은 스님이 성불하는 모습과 흡사하다하여 이름 붙여진 성불오름에서 부터였다. 때맞춰 부처님오시는 날도 있었으니 참 인연이 있다여겼지만, 한편으로는 깨닫지 못한 중생이라서 그런가 아무리 보아도 성불하는 모습처럼 느껴지지 않아 혼자 빙그레 웃음이 났다^^ 몇 달 만에 따라 나선길이라 호흡도 가파르고 주변을 살필 여유조차 없지만 기대감이 큰 까닭으로 마음만은 흐뭇하다. 하늘과 숲의 향기가 온통 푸르름으로 가득 차 걷는 걸음이 신난다.

성불 오름에서 바라본 주변은  삼나무 숲으로 둘러싸인 작은 숲들이 오밀 조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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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뒤를 돌아보니 살짝 주변경관이 시야에 걸렸는데 아니나 다를까 하산하는 길에는 오래되어 보이는 쓰레기 더미가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물론 개인 소유의 땅에 자기 쓰레기를 임시 쌓아 놓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아름다운 공원을 조성하는 일은 자연과 더불어 조화를 이루고 그 안에서 깨끗한 모습을 가지고 있어야 더 빛이 난다고 생각한다.

성불 오름에서 삼나무 숲을 지나 가문이 오름으로 향하는 도중 아침에 함께 출발하지 못한 일행 한 명이 합류를 했다. 휴대폰을 차에 놓고 내려 다시 찾아서 출발하느라 조금 늦었다고 한다. 이후에도 다른 한분의 휴대폰 에피소드가 우리의 발걸음을 조금 늦췄고, 그럴 때 마다 우리는 일상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휴대폰 문화의 심각함을 서로 공감하였다.

숲길을 걷는 동안 휴대폰을 잊어버리게 되면 찾는 어려움이 있으니 각별히 보관에 신경 쓰라는 안전요원 선생님 당부가 참으로 와 닿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람이 참 좋은 날씨였다. 바람 따라 걷다보니 가문이 오름이 금방이다.

가문이 오름은 온 천지가 고사리 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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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피어난 고사리들이 마치 합창을 하듯 흔들리고 있고, 우리는 그 초록의 바다를 향해 달려가며 서로들 환호성을 지른다. 잠시 고사리를 꺾어도 좋다는 트레킹 소장님 말씀과 함께 허리를 굽은 우리들의 알록달록한 모습 또한 한 폭의 그림이다. 조금씩 꺾은 고사리들을 한사람에게 몰아주는 넉넉한 인심도 산이 아니면 볼 수 없는 풍경이겠지... ... 마음이 넉넉해진다.

곳곳에 피어있는 작은 들꽃과 산들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들, 출발 때의 긴장감은 어디로 갔는지 발걸음이 점점 가벼워진다.

트레킹소장님의 앞선 걸음을 따라 가는데 가벼워진 마음이 혹여라도 안전에 영향을 미칠까봐 누군가 발길을 멈추게 한다. 늙은 할미꽃이다.

머리를 풀어헤친 모습이 늙은 할머니와 닮아서 할미꽃이라 이름 하였을까. 흰머리를 날리며 생을 마감하는 모습에 들뜬 마음이 잠시 가라앉는다.

할미꽃의 변화.jpg-할미꽃의 변화-

작년에도 그랬지만 에코투어를 따라 자연 속으로 들어오면 걷는 길, 만나는 식물이 사뭇 다른 느낌이 든다. 트레킹 소장님의 자세한 설명과 그기에 따른 이야기를 듣고 나면 또 다른 새로움이 더해진다. 이전에 몰랐던 사실을 알고 숲을 걸으면 평소 무심코 지나쳤던 것 들 조차 새록새록 눈에 들어오는 즐거움이 있다. 이것이 에코투어의 진정한 매력이다.

 

가문이 오름을 떠나와 진평천을 따라 숲길을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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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고사리 장마도 뜸하고 가물어서일까 건천들이 많다. 천미천의 줄기라고 하지만 고여 있는 물들이 그나마 하천임을 느끼게 해줄 뿐, 바위틈을 비집고 나온 이끼들조차 건조하다. 그래서 하천을 따라 걷는 우리 발걸음이 안전한지도 모를 일이다. 진평천을 끼고 걷는 숲은 고즈늑 하다. 5월의 햇살이 간간히 나무틈을 비집고 내려와 맑을 얼굴로 반짝이고 있고, 하천 옆으로 조금맣게 자란 노린재 나무꽃이 하얗게 솜뭉치처럼 몽실몽실 피어나고 있었다

진평천은 구좌읍과 가시리의 경계선이라고 한다. 하천주변에서 잠시 점심을 먹고 에코투어를 참가한 모두가 인사를 나누는데, 하천을 경계로 고향이 구좌이신 분이 진평천에 얽힌 유년의 추억과 함께 지형상으로 구좌 쪽에 서있으니 감회가 새롭다고 하신다. 에코투어를 통해 잠시 자기의 시간을 돌아보며 삶의 여유를 찾는 모습이 아름답다. 이번 에코투어에는 각별한 사람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보통 에코투어는 삼삼오오로 짝을 지어 신청하시는 분도 있지만, 나 같이 혼자 신청하는 사람도 많다. 혼자가 많지만 무리 속에서 유독 남다르다 싶은 느낌의 사람이 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제주를 여행 왔다가 에코투어 참여하게 된 청춘이란다. 제주의 속살까지 보게 되었으니 그 여행이 얼마나 행복했을까싶어 나까지 덩달아 행복해진다. 그리고 이번 에코투어를 통해 오랫동안 소식이 끊어졌던 선생님을 한분 만나게 된 행운도 있었다. 자매들과 함께 참여 했노라며 자신을 소개하는 목소리를 듣는 순간 어쩌면 그분일지도 모르겠다싶은 생각에 나중 슬며시 다가가 마주하니 10년 전 작은아이와 인연이 닿았던 분이었다. 특별한 만남은 어떤 여행이든 늘 행운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한다.

진평천 숲에는 투어가족들의 웃음소리와 함께 신록의 엽록소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숲을 파고드는 햇살을 받은 나뭇잎들은 여느 꽃 못지않게 아름답고, 나즈막히 바위를 덮고 있는 이끼조차 서로를 마주보며 웃고 있으니 어디를 간들 이렇게 싱그러운 오월을 발견할 수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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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를 마친 후 우리는 진평천을 따라 걸으며 숲을 빠져나왔다.

갑마장 길이다. 조선시대 최고의 말을 갑마라고 하였는데 예전에는 이 주변일대가 말을 사육하는 곳이었고 말의 증식이나 공마에 큰 역할을 해 낸 곳였다고 설명 들었다. 간간히 설명 표지판도 보인다. 지금은 올레길 코스와 연결되어있어 그나마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다니며 좀 더 제주문화를 살펴 볼 수 있으니 고마운 일이다.

갑마장길을 따라 걸어 드디어 대록 오름을 마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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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곳에서든 함께 걸으며 같은 곳을 바라보는 일은 참으로 아름답다. 오름 속으로 들어가기 전에 트레킹 소장님으로부터 대록 오름 앞으로

펼쳐진 주변 오름의 설명도 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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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세먼지로 인해 대기가 제법 뿌옇지만 오름 중턱에 앉아 간간히 불어오는 바람과 잔잔히 쏟아지는 햇살을 마주하고 있으니 세상을 다 얻은 기분이다. 이런게 힐링이 아니겠는가. 마치 복잡한 도심속을 빠져나와 한가로이 노니는 신선이 된 느낌? ^^ 

대록 오름을 오르면 그 말이 정답임을 더욱 느낀다. 오름 정상을 가기 전에 우리는 먼저 분화구 안으로 가보기로 했다. 으름꽃이며 둥글레, 새우란도 간간히 보인다. 보는 것만으로 충분히 행복한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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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화구안으로 향하는 길은 사람의 손길이 미치지 않아서 그런지 풀들이 웃자라 걸음도 느리게 하고 몸을 움츠리게 한다. 다소 가파른 느낌이지만 앞서 가는 트레킹 소장님과 투어가족들이 뒤에 따르는 가족들을 위해 작을 길을 내어주신다

분화구안에서 바라본 대록 오름은 동서로 길게 둘러진 모습이 분화구라기보다, 그저 하늘이 잠시 열린 큰 숲 같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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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릿대며, 국수나무가 많고 산수국도 많이 보인다. 서쪽으로 올라 전망대에 오르니 그곳은 마치 한라산 정상에 오른 느낌이 들만큼 시야가 시원하다. 대록오름의 매력인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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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은 가파른 경사지를 따라 옆길로 조금 내려오니 금새 넓은 초지를 마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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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게 펼쳐진 푸른 밭이 마음까지 시원하게 한다. 저 멀리 유채꽃 프라자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버스가 있다. 반가운 얼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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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어오는 바람과 쏟아지는 5월의 햇살 속에서 2차 에코투어는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눈부신 햇살이 저 들판에 쏟아지고 있는데 그대여 어이 가만히 바라보고만 있는가'

 ... ...

들판을 뛰어 다니며 들썩이는 마음과 함께 오늘 투어 내내 떠올랐던 어느의 한 부분이다.

에코투어를 통해 나는 오늘도 일상을 떠나, 설레고 눈부셨던 순간의 여행을 하고 왔다.

숲을 열어주며 반짝이는 순간을 일러주신 트레킹 소장님과 묵묵히 함께 걸으며 안전을 지켜준 안전지킴이 선생님 두 분이 계셔서 너무 든든했다. 한라일보 에코투어가 아니었다면 어찌 이런 감동이 있었겠는가. 마음 깊이 모두에게 감사 한다.

에코투어를 통해 마음껏 호흡하며 받아온 맑은 기운이, 그 신록의 빛깔이 내 삶에 온전히 물들기를 바라며, 한 달에 두 번 있는 투어 중  한번은 다녀왔으니, 대기접수까지 하며 기다릴 또 다른 에코투어 팬을 위해 선착순 차례를 양보해야하나 어쩌나 지금은 잠시 망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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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란님의 댓글

이영란 작성일

늦게나마 후기를 올려야겠다고 생각한것은 바쁜일상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에코투어를 진행하는 관계자분들과 한라일보에 작으나마 감사하다는 인사를 지면으로나마 전할수있기 때문입니다.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