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리의 억새와 틈새 사람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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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그런 가을이 깊어만 가는 시월 !
어느 덧 12차 투어, 오늘은 제주의 속살을 얼마나 눈에 넣고 가슴에 담을지 궁금했다.
이런저런 사유로 컨디션이 엉망이라 무척 흔들렸던 생각과 마음, 그래도 집에 있으면 무엇하겠나 라는 생각에 부라 부랴 빈 배낭만 짊어지고 버스 정거장으로 향했다.
그야말로 배낭 속에는 생각이외 그 어떤 것도 담지 않은 상태로 생각은 부족했어도 마음은 이미 투어에 올인하고 있어서 발길은 정부종합청사로 향하는 버스에 탑승하였다.
정기적으로 참석하시는 분들과의 만남 그리고 처음 오시는 분들과의 인사, 청사를 출발한 버스는 번영로로 접어들었고 출발지로 다가가면서 이권성 제주트레킹 소장님으로부터 탐방에 대한 말(馬)의 고장 제주, 중심지인 가시리 지역에 대한 설명을 경청했다.
가시리는 조선시대 최상급 말들을 조정으로 보내기 위해 말을 길러냈던 “갑마장”과 말을 기르고 나라에 헌신한 헌마공신 “김만일”그리고 그의 가족사에 대한 이야기를 설명해 주셨는데, 제주말에 대한 역사를 간단하게나마 처음 들었다. 전세버스에서 내리니 햇살이 의외로 따갑다 항상 투어시 안전을 담당하는 두분들(김홍준, 유미숙님) 진드기 대비 소독을 해 주시고 안전 탐방을 위한 스트레칭으로 몸을 준비시켜 준다.
“제주아트랜드 입구~가문이오름~목장길~진평천~농로~갑마장길~대록산~갑마장길~유채꽃 프라자~행기머체” 탐방이 시작되었다.
제주아트 입구를 지나면서 푸른 들녁이 무척 아름답게 펼쳐졌다. 이내 콩밭을 지나치면서 메콩강의 물처럼 누렇게 물든 줄기와 잎들 콩들이 잘 일궈지지 않은 듯 거의 사망수준이었기에 농부의 마음을 이해하며, 가문이오름을 향해 숲속으로 접어들었다. 지난 8월초부터 징그러울 정도로 많이 내렸던 폭우의 영향인지 숲들은 너무 엉키어 자랐고 헤쳐나가려니 발걸음이 더디었다.
깊은 가을 자연의 선물인지 억새풀들이 무척 싱그럽다 바람에 휘날리는 억새풀들 사이로 탐방객들은 그저 즐거운가 보다, 억새풀 길을 지나치면서 간간이 돋아난 색색의 야생화들이 작은 머리를 내밀며 존재감을 뽐내니 강희만 사진부장님의 카메라는 차르르륵 연속 셔터소리를 멈추지 못하는 듯 귓가를 맴돌았다. 하늘아래 이곳이 천지(天地)아닌가 하면서 계속 펼쳐진 억새풀 사이를 헤치고 나아갔다.
무수히 펼쳐진 들판을 둘러보아도 억새풀들의 세상 잿빛으로 펼쳐진 것이 장관이다. 그렇게 억새풀들을 지나치다 보니 어느 덧 이끼가 융단처럼 깔린 진평천으로 접어들었고 울퉁불퉁한 전형적인 내천의 모습에 발걸음을 옮기는 착지가 불안정하여 걷기가 무척 어렵다 얼마를 지나쳤을까 정말 조심조심 한걸음 한걸음 30~40분 정도 걸었을까 진평천을 빠져나오니 안도의 한숨이 쉬어지고 무릎이 좋지 않기에 너무 힘들었다.
잠시 휴식을 취하는가 싶었는데 대록산으로 향하기전 적절한 식사장소가 없다하여 둘레길 평지가 펼쳐진 곳에서 시간은 조금 이르지만 점심식사 시간을 갖고 짧은 시간 속에서도 자기소개가 진행되었다. 약1시간정도의 둘레길 주변에서 점심시간 그래도 도시락은 별미였다.
가시리지역 갑마장길 조선시대 말들을 키웠던 말들은 보이지 않았지만 제주말의 모습을 생각해 보니 갑마장길은 표선면 가시리 일대에 조선 선조때부터 있던 산마장과 인근 국마장에서 길러진 말 중 갑마, 즉 최상급 말들을 조정에 보내기 위해 집중적으로 길러냈던 곳이라 하였으니 갑마장길은 갑마 사육장터와 더불어 도보 여행코스로 관광화시키는 것은 어떨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발길을 옮길적 마다 곳곳에 펼쳐진 둘레길 주변의 억새풀은 굳이 설명을 하지 않아도 당연히 느껴지는 가을의 으뜸이었다. 대록산을 향하며 분화구에 다다르자 트레킹 소장님의 분화구 설명에 덧붙여 분화구가 두 개이니 이러한 분화구를 “안경분화구”라 부르기도 한다며 너스레를 떠니 처음 오신 분들은 진짜로 알겠다며 한바탕 웃었다. 산 정상을 향해 분화구를 통과하는데 숲속의 나뭇가지들과 가시들로 인하여 발걸음은 더디면서도 팔에는 상처가 여러개 긁혔다. 탐방시 늘 느끼는 것이지만 식사 후에는 특히나 언덕을 오르는데 숨이 더 가쁘다.
가파른 대록산 정상을 향하며 마음을 가라앉히고 아무런 생각없이 천천히 오르니 어느 덧 정상에 다다르고 생각지도 못했던 정상에서의 절경과 정석비행장의 모습이 펼쳐졌다. 들판은 수십여개의 오름이 병풍같이 늘어서 서로의 오름을 감싸고 또 감쌈았는데 풍력발전기의 모습 또한 말로 표현하기가 어려우면서도 1991년 당시 제주공항 근무시절 생각이 떠 올랐다.
당시 이곳 정석 비행장에 항공기 운항을 위한 항행시설 설치 시 기술지원을 한 적이 있었기에 당시의 생각이 떠 올랐고 활주로 옆에 설치된 시설들을 정상에서 바라보니 옛 생각에 말이다. 시원한 바람에 이마의 땀은 식어버렸고, 한바퀴를 둘러보아도 사람키 만 큼 자란 억새풀 길을 틈새에서 빠져 나오듯 손으로 헤치며 대록산을 오르고 내려왔더니 또다시 펼쳐진 억새들판이 우리들의 모습을 흔들리는 바람 속에 억새풀들은 무한정 반겨준다.
길인 듯 아닌 듯한 억새풀 길을 지나 다다른 대록산 정상에서의 절경, 다듬어지지 않았던 가파랐던 길, 바람에 흩날리던 잿빛 억새풀들 12차 투어의 진정한 가을을 접했고, 최고의 난코스라 했을 진평천을 거슬러 지나치는 것이 내게는 너무 부담스러우면서도 어려움이었다.
시원한 가을바람과 함께 정상에 오르니 한 숨을 돌릴 겨를도 없이 선두는 바로 하산을 하였고 뒤를 졸졸 따라 내려가니 대록산 정상 팻말 주변 나들목에는 유채꽃 프라자 방향으로 향하는 길 주변으로 엄청난 억새풀들이 바람에 휘날리며 또 다시 위용을 뽐내고 있다. 모두들 사진 촬영에 정신없이 서로들 핸드폰의 셔터 소리가 찰~칵 찰~칵 풍경을 눈에 담고, 카메라에 저장하고, 마음에 넣느라 탐방객들은 즐거우면서도 바쁘다.
그 많은 오름 들 아울러 사람들의 발길이 때로는 닿지 않는 길들이 있었고, 그 길들을 처음 걸어보기도 하였다. 아마도 다시 오고 싶어도 몰라서 못 올테고, 누구나 다 지나쳤을 길 혼자서는 올 수 없는 길을 처음으로 와 볼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유채꽃 프라자 커피숍에 당도 짧은 시간이었지만 휴식을 취하고 둘레길을 따라 “행기머체”에 다다르니 세상에 이런 것이 존재할까라는 신기함 그 자체를 느끼며 약 6시간반에 걸친 탐방을 마무리했다.
* 고즈막한 가문이오름을 넘어 억새풀 사이로 갑마장길로 향하며 ~
* 갑마장길을 따라 억새풀 사이로 어느 덧, 대록산 정상에 다다라 시원한 바람을 가슴에 담으며 마시는 물은 그야말로 오아시스와 무엇이 다르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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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복희님의 댓글
홍복희 작성일
안녕하시지요?
높고 푸른 가을 하늘 아래
제철 맞은 억새군락의 모습이 장관이었을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