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산섬 제주에서 계곡투어가 가능한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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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라일보 에코투어 날이 밝아 온 아침,
혹여나 9호 태풍 레끼마의 영향이 어떨까 눈을 뜨자마자 창밖 날씨를 살피게 됩니다.
마치 회오리 바람이 일 것 같은 하늘이었으나 제주 살이 남은 기간 에코투어 일정 중 하루가
순조로울 것 같은 예감을 하며 정부제주지방합동청사 앞 버스가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향합니다.

* 5.16 도로 효명사 입구에서 하차,
천국의 문, 이끼의 문으로 연인은 물론 웨딩 촬영 장소로도 유명세를 타는 효명사는 패스,
숲길 => 백록계곡 => 웃빌레도 => 한라산둘레길(수악길) => 숲길 => 선돌계곡 => 선돌선원 => 선덕사로 진행된 일정은
초반 꾸준한 오름세인 숲길에서 바람 한점 없는 고온다습한 날씨에 모두 힘들어 할 즈음 나타난 백록계곡의 비경!

* 수량이 풍부하고 물이 맑기로 유명한 백록계곡은 옛부터 버섯 재배, 약초꾼들이 근처 바위 동굴(궤)에 머물던
장소로 많이 이용되어 왔는데, 요즘도 더위를 피한 야영객들이 이용하기 좋은 명소라고 합니다.
제일 중요한 것이 물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 한라산 둘레길 중 하나인 수악길과 만나는 지점으로 웃빌레도라고 합니다.
빌레란 들과 넓은 지역이라는 제주어로 넙적한 암반 지역까지 포함하는 단어 같았으며,
도는 밭의 입구(道), 하천을 건너는 입구(渡)로 천이 깊지 않아 일제 강점기 병참도로인 히치마키로 이용되었답니다.

* 한라산 둘레길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조릿대길의 푸르름이 5월의 신록 못지 않은 싱그러움입니다.

* 가시광대버섯이라는데 비 개인 후라서인지 여기저기 이름 모를 버섯들이 많습니다.

* 노린재의 죽은 성충에 기생하여 나오는 성냥 개비 만한 동충하초를 낙엽 속에서 찾아 내시는 게 그저 놀랍습니다.

* 소장님께서 접시껄껄이 그물버섯이라 하시니, 모두들 이름이 너무 길고 어렵다고 그냥 모카빵 버섯이면 어떻겠냐며
한바탕 웃음으로 더위를 잊어 보기도 합니다.

* 한라산 둘레길 걸을 때 마다 가늠하기 힘들 만큼 둘레가 크고 높은 나무에 압도 당하기도 하고,
희귀한 형상의 나무가 포인트가 되어 주곤 했는데 이 의자 모양 나무가 황칠 나무였던 걸 알게 된 날입니다.
황칠 나무는 나무 껍질에서 상처가 나면 노란색 액체가 나오며, 어린 나무는 잎이 삼지창 처럼 세 갈래였다가
자라면서 한잎이 되는 신비스러움을 보이는데 햇빛을 많이 받기 위함 같다고 합니다.
갑옷에 칠하면 금빛이 날 만큼 우리 나라 황칠 나무는 품질이 우수하여 도료로 사용하였으나 도료가 발달하고
조선 후기, 관리들의 수탈이 심해지면서 백성들이 황칠 나무 심기를 꺼려 맥이 끊겼다가
최근 전통 황칠을 살리기 위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으며,
우리 나라 황칠 나무의 우수성은 중국에서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으며 부러워 한다고 합니다.

* 1km 정도 한라산 둘레길인 수악길을 걷던 중 다행히 우려했던 비가 내리지 않아
삼삼오오 숲속에 둘러 앉아 여류롭고 오붓한 점심 시간을 즐길 수 있었으며,
식사 후 하루의 짧은 인연이지만 서로 통성명을 하면서 에코투어의 소감을 교감 해 보는 시간입니다.
상대의 말에 귀 기울이며 좀 더 친밀감을 느낄 수 있도록 대열이 좁혀지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도 해 봅니다.

* 선돌계곡으로 향하는 숲길에서 마치 여의주를 입에 문 용을 닮은 형상의 돌을 만나니 오늘의 수호신 같기도 합니다.

* 용암이 흐른 자리는 제주가 화산섬임을 알게 해 줍니다.
* 꽃이 피는 털사철난인데 낙엽 위로 국장님께서 파란 나뭇잎 배경 삼아 놓으시니 빛나는 작품이 되었습니다.
* 물이 잘 마르지 않는 선돌계곡은 백록계곡과 합쳐져 효돈천을 이뤄 쇠소깍으로 흘러 듭니다.
사람의 발길이 드문 깊은 숲길을 시원한 계곡 물소리 들으며 걷다 보니 발걸음은 절로 가벼워지고
계곡의 냉기에 몸과 마음까지 시원해집니다.
* 낙엽수림 지역 부엽질이 많은 햇볕이 잘 들어 오지 않는 그늘에서 볼 수 있는 애기버어먼초는
흰색의 꽃이 3~4 갈래로 갈라지며 노란색이 보이고 그 안에서 꽃 수술을 볼 수 있는
개체수가 아주 적은 귀한 꽃이라고 합니다.
* 2급 보호종인 으름난초를 카메라에 담는 한라일보 사진 기자분의 투철한 작가 정신이 돋보입니다.
* 선돌(立石)에 도착하니 황송하게도 부처님께서 일어서서 맞이 해 주십니다.
3년 전 겨울 이곳을 찾아 선돌 정상을 올라 가려 했다가 경사가 심하고 미끄러워 포기했었는데,
오늘 인원이 많아 올라 가는 게 좀 무리인가 봅니다. 또 다시 아쉬운 마음 접으며 다음을 기약 해 봅니다.
* 선돌선원 아래 잔디밭에 놓여진 커다란 연자방아가 한 시절 많은 이들로 북적거렸음을 연상케 합니다.
* 3년 전 겨울에 왔을 때 만난 보살님께서 우리 일행을 보고 깜짝 놀라시며,
선돌선원은 제주에서 가장 맑고 기(氣)가 센 청정 도량으로 자연이 허락해도 찾아 들기 힘든 곳이라며
하천변, 토굴 등에서 수행승들이 많았던 유명한 곳이라 하셨습니다.
선돌 아래 자리한 조용하고 아늑한 모습은 수련하시는 분들께서 넉넉한 마음을 품기에 모자람이 없어 보입니다.
* 날씨도 흐리고 숲이 깊어 종일 어스름함 속에 갇힌 느낌이었는데 길 옆 화사한 부용화가 반겨 줍니다.
무궁화와 많이 닮았지만 꽃말이 전혀 다른 부용화는 새하얀 색으로 피어나 연분홍, 분홍색으로 변하며
저녁엔 붉은색, 밤이면 지는 하루살이 꽃이라고 합니다.
하루살이 꽃이라 하니 수줍은 꽃봉오리들이 피어날 날을 기다리며 대기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 처연하게 느껴집니다.
꽃말은,
무궁화 ; 지지 않고 영원히 피는 일편단심
부용화 ; 섬세함, 아름답고 정숙한 여인, 행운이 반드시 온다.
* 제주의 대표 사찰 선덕사, 남국선원, 법정사지, 존자암지는 불자들의 성지순례길인 정진의 길 중 하나이며,
선덕사에서 남국선원까지는 미개통 구간 같습니다.
* 연일 폭염주의보가 계속되었는데 구름 많은 날씨가 부조해 주었고, 물이 흐르는 계곡을 끼고 걸으며
하늘이 보이지 않을 만큼 울울창창한 숲길에서 바람 맞으니 이 보다 더한 행복을 어디에서 찾을까요.
언뜻 모 책에서 읽은
"마음이 그곳에 없으면 / 보아도 보이지 않고 / 들어도 들리지 않고 / 먹어도 그 맛을 모른다." 란 글귀가 떠오릅니다.
자연을 품고 호흡하며 힘들게 오르내리며 한마음 한뜻으로 오늘 하루 함께 했을 분들 건강과 행운을 빌며,
저희가 마지막으로 참가할 제9차 에코투어를 손꼽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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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윤장웅님의 댓글
윤장웅 작성일
어느 덧 제주살이를 다 채우셨는가 봅니다.
그동안 에코투어를 사랑해 주시고 함께 탐방을 다니면서도
즐겁고 다정한 모습들을 상호 나누진 못한 것같습니다.
탐방시마다 아름답고 멋진 제주의 속살을 나누어 주시고, 이제 반달
처럼 반만 있으시면 제주의 향을 가슴에 담고 떠나시는 시간이 다가오겠군요 !
더욱 향기로운 시간이 되시기를 바라며서 ~
좋은 글 멋진 작품들 감사히 간직하겠습니다.

홍복희님의 댓글
홍복희 작성일
1년 살기 시작할 땐 1년이 어떻게 채워질까 했었는데
어느덧 하루하루가 금쪽 같은 시간으로 여겨지는 날이 왔네요.
에코투어가 계속 진행된다면
그리 멀지 않은 날에 또 뵐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켜봐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