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은 살아 있다 --- 김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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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은 살아 있다 중 [김순이]
오름에는 바람이 있다
지난 밤의 그 지독했던 바람에 한없이 떨어야 했던 풀잎들의 휘인 모습은
어쩌면 삶에 지친 나 자신의 모습으로 눈에 밟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들꽃은 불평 한 마디 없이
꽃봉오리를 열어 세상을 바라보려 한다
그 삶에의 경건함이
마음의 옷깃을 다시 여미게 한다
오름에서 만나는 돌멩이 하나도 가만히 생각해 보면
몇 천만년의 세월을 살아왔을 것이냐
자신이 그럴 듯한 산악도 아니고
하다 못해 바위도 못되고
그저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하찮은 돌멩이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그곳에 불평 한 마디 없이 있다
거기 그렇게 존재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떳떳하다는 듯이
어제도 불었고 오늘도 불고 있는 바람 속에서
마음의 검은 구름이 날아 간다
집이 없는 설움이 날아간다
찢어진 사랑이 날아 간다
외토리의 소외감이 날아간다
돈과는 영 인연이 없는 찌그러진 날들이 날아간다
외상장부가 날아간다
세간의 명성이 날아간다
때로는 부드럽고 때로는 야멸차게
때로는 간지럽게
때로는 독살스럽게
오름에서 부는 바람은
우리 마음에 켜켜이 쌓인 찌꺼기와 때를
속속들이 쓸어내고 털어낸다 --- <이하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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